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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겠지만, 2025년 한 해 동안 우리 가족은 한국↔미국 편도 항공권 기준 11매를 구매했고, 모두 소비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기막힌 이야기를보려 한다.

미국 이주를 결정하고 나서 남편은 미국 회사에 공격적으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거의 15년을 해외에서 영어 강사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 경력으로 "와서 같이 일하자"며 선뜻 손 내밀어 주는 미국 회사를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력직으로 들어갈 자리가 애초에 없었던 건 물론이다.
사실 내가 남편에게 건 조건은 딱 하나였다. 의료보험만 해결되면 된다는 것. 미국 의료비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던 터라, 보험만큼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24년 상반기에 미국행을 결정하고 그때부터 꾸준히 이력서를 썼지만, 돌아오는 건 줄줄이 미역국뿐이었다. 2024년 말쯤 되니 거의 포기 상태가 되었다. '미국 대신 그냥 제주도로 가야 하나' 싶던 바로 그 순간, 정말 기적처럼 한 회사에서 긍정적인 답을 줬다. 그리고 줌 면접을 거쳐 취업이 결정됐다. 당연히 신입으로 시작하는 자리였고, 정규직이지만 시급제였다. 그래도 내 유일한 조건이었던 의료보험이 되는 곳이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주변 국제커플 중에 큰맘 먹고 미국으로 들어갔다가 "살기가 너무 퍽퍽하다"며 몇 년 만에 돌아오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 모습들을 봐 와서 우리도 조금 신중해지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 남편이 먼저 들어가 2~3개월 살아 보면서, 가족 전체가 이주해도 괜찮을지 간을 보기로 했다. 그렇게 남편이 미국으로 떠났다(티켓 1).
간만 보자고 했지만, 나는 이미 한국 생활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7월에 아이 학기가 끝나면 다 같이 미국으로 가기로 결정했고, 7월 초에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왔다(티켓 2). 그렇게 한국 집을 정리한 뒤 온 가족이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3인 가족, 티켓 3~5). 그런데 왜 여기서 5장으로 안 끝나고 11장까지 갔냐고?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작년 입국 당시 나는 아직 영주권 비자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남편은 "걱정 말라"며 자신만만했지만, 막상 영주권을 받고 난 지금 돌아보면 그 과정이 생각보다 정말 만만치 않았다. 어쨌든 한국 집도 팔았고 아이 학교도 정리한 상황이라, 일단 ESTA로 입국한 뒤 비자 절차를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정말 큰일 날 결정이었구나' 싶지만 말이다.
비자 받은 이야기만 풀어도 책 한 권은 나올 정도라 자세한 건 생략하겠다. 결론만 말하면, ESTA로 허용된 3개월 안에 영주권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티켓 6). 그때만 해도 시민권자인 남편이 있고 결혼해 아이를 낳은 지도 12년이 됐으니 비자쯤이야 쉽게 나올 거라 착각했다. 시민권자가 가족을 초청하려면 미국에서 2년 이상 수입 활동을 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걸 그땐 전혀 몰랐다. 한국 수입을 미국에 계속 신고해 왔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한 줄 알았다. 비자 절차는 예상보다 한참 길어졌고, 나는 '이 비자가 나오기는 하는 걸까' 하는 비관에 빠지기 시작했다.
11월 말에 드디어 비자 인터뷰가 잡혔다. 남편은 대사관에 함께 가는 게 좋겠다며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왔다(티켓 7, 8). 그렇게 일주일을 비자 인터뷰와 가족·친지 만남으로 정신없이 보내고, 둘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티켓 9, 10). 나는 한국에 좀 더 머물다가 2026년 1월 1일이 되는 시점에 맞춰 미국으로 들어왔다(티켓 11). 굳이 새해 첫날에 맞춘 건 미국 세금 보고 때문인데, 이 얘기도 풀자면 또 책 한 권이라 여기선 그냥 넘어간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태평양을 건너는 항공권 11장을 사서 모두 쓰고, 마침내 미국에 정착하게 됐다. 만약 이 모든 과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시작조차 안 했을지 모를, 정말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래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라는 옛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그때의 걱정도, 불안도, 고통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우리 가족이 함께 있어 행복하고,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