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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소년 어기 풀먼의 5학년 1년을 그린 <원더>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 가족에게는 철칙이 하나 있는데,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책을 읽기 전에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추천으로 <원더(Wonder)>를 다 읽은 아이는 책을 덮으며 "엄마, 책 뒤표지에 있는 책 다 사주세요"라고 말했다.
책의 뒤표지에 있는 R.J. 팔라시오(R.J. Palacio)의 책은 〈365 Days of Wonder〉, 〈Auggie & Me〉, 〈We're All Wonders〉, 〈White Bird〉, 〈Pony〉 다섯 권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처음 3권은 <원더>의 세계관을 잇는 작품일 거였고, 나머지 두 권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리서치를 좀 하여 이 글에 각 책의 특징과 줄거리, 그리고 어떤 순서로 읽으면 좋을지를 정리했다. 아이의 나이는 보통 <원더>를 즐겁게 읽는 연령대인 8~12세를 기준으로 삼았다.

긴 글을 읽기 전에 결론부터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우선순위를 먼저 정리하면 이렇다.
이제 한 권씩 자세히 살펴보자.
<원더>를 막 끝낸 아이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다음 책이다. <원더>의 세계를 그대로 이어 가는 세 편의 중편 모음으로, 원작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인물들의 시점을 보여 준다.
세 편의 주인공은 줄리언, 크리스토퍼, 샬롯이다. 줄리언은 <원더>에서 어기를 괴롭히던 아이, 크리스토퍼는 어기의 어린 시절 단짝, 샬롯은 같은 반 친구이다.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는 구성이다.
특히 많은 독자가 인상 깊게 꼽는 부분은 "줄리언 챕터"이다. <원더>에서 줄리언은 단순히 '못된 아이'로 보였지만, 이 책은 줄리언의 속마음과 가정환경을 들여다보며 그를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 낸다. 아이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쁘게 행동하는 아이에게도 나름의 사정과 배경이 있구나" 하는, 한 단계 더 깊은 공감을 경험하게 된다.
<원더>가 어기의 시선에서 '다름'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였다면, <어기 그리고 나>는 주변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관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해 준다. 그래서 이 책을 가장 먼저 권한다.
그래픽 노블(만화 형식)이다. 흥미롭게도 주인공은 <원더>에서 어기를 괴롭히던 그 줄리언과 연결된다. 줄리언이 할머니(그랑메르)를 인터뷰하면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가 본편으로 펼쳐지는 구조이다.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이다. 유대인 소녀였던 할머니는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고, 평소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무시당하던 한 소년과 그의 가족이 위험을 무릅쓰고 소녀를 숨겨 준다. 가장 약하다고 여겨지던 아이가 가장 큰 용기를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원더>의 "친절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한층 깊고 무겁게 확장한다. 친절이 때로는 목숨을 건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다만 홀로코스트, 박해,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가 담겨 있어 조금 더 성숙한 독자에게 어울릴 것 같다. 형식이 그래픽 노블이라 읽기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주제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아이가 역사나 전쟁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깊은 울림을 줄 책이다.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를 적극 권한다.
<원더>에 등장하는 브라운 선생님의 '잠언(precepts)'을 모은 책이다. 1년 365일, 날짜마다 짧은 격언과 글, 그리고 독자들이 보낸 편지가 실려 있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점은 이 책은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매일 한 편씩 펼쳐 보며 생각할 거리를 얻는, 명언·영감 모음집에 가깝다.
그래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아이라면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기보다는 책상이나 머리맡에 두고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는 용도로 더 잘 맞다. 이야기 자체를 원하는 아이라면 건너뛰어도 무방하고, 짧은 글귀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아이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유아와 저학년을 위한 그림책이다. 어기를 닮은 캐릭터가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경이로운 존재야"라는 사실을 깨닫는 아주 짧고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메시지 자체는 따뜻하고 분명하지만, <원더>를 완독할 정도의 아이에게는 내용이 너무 쉽고 어리게 느껴질 것이다. 어린 동생이 있어 함께 읽어 주고 싶거나, 아이가 여전히 그림책을 좋아한다면 좋은 선택이다. 그렇지 않다면 건너뛰어도 괜찮다.
오히려 이 책은 형제자매가 함께 <원더>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다리 역할로 활용하기에 좋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포니>는 앞의 책들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원더> 세계와는 아무런 연결이 없는 독립된 작품이다.
배경은 1860년대 미국이다. 아버지가 정체불명의 무리에게 끌려간 뒤, 열두 살 소년 사일러스가 신비한 유령 친구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난다. 역사 소설에 모험과 약간의 초자연적 요소가 섞인, 분위기 있는 이야기이다.
작품 자체는 평이 좋고 문장도 아름답다. 하지만 장르와 분위기가 <원더>와 완전히 달라서, "<원더> 같은 따뜻한 학교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을 채워 주지는 못할 것이다. 모험과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오히려 더 좋아할 수도 있다.
다섯 권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더>의 감동을 가장 잘 이어 주는 핵심은 Auggie & Me → White Bird 순서이다. 이 두 권이 같은 세계관 안에서 인물과 주제를 더 깊이 확장해 준다. 365 Days of Wonder와 We're All Wonders는 아이의 취향과 나이에 따라 선택하거나 건너뛰어도 좋고, Pony는 "원더 후속"이라는 기대만 내려놓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별개의 좋은 작품이다.
<원더> 한 권으로 끝내기 아쉬운 아이라면 같은 작가의 책으로 그 여운을 이어 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다만 모든 책이 똑같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아이의 나이와 취향, 그리고 감정적 준비 상태를 함께 고려해 골라야 한다.
가장 먼저 <어기 그리고 나>로 익숙한 세계를 더 깊이 만나고, 그다음 <화이트 버드>로 친절의 의미를 한 단계 넓혀 가는 흐름을 추천한다. 그 사이사이에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책을 더해 간다면 한 권의 책이 한 작가의 세계 전체로, 나아가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라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