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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 여름 방학을 맞아 아이 성장기에 맞는 책을 몇 권 골랐다. 이 책의 저자 제이슨 레이놀즈는 '지루한 책은 안 쓴다'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잘 안 읽는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이 이 작가 책은 끝까지 읽는다.
한국에도 <고스트>로 번역서가 나와 있어 한글로 읽어도 좋고, 청소년 도서라 영어 원서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렉사일 730L에 AR 4.6이면 딱 미들 그레이드 입문용이다. 단어가 어렵지 않고, 묘사가 길지도 않다. 대화로 빠르게 굴러가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본격 미들 그레이드 소설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 쓰기 좋다.
참고로 인터넷에 '뉴베리상 수상작'이라고 적힌 소개가 종종 보이는데, 사실이 아니다. <고스트>는 뉴베리 수상작이 아니고, 전미도서상도 '최종 후보'까지 갔지, 상을 받은 건 아니다. 그래도 좋은 책인 건 변함없다.
주인공은 캐슬 크랜쇼(Castle Cranshaw), 자기를 '고스트(Ghost)'라고 부르는 7학년 남자아이다. 이 아이한테 달리기는 운동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몇 년 전, 술에 취한 아버지가 자기랑 엄마한테 총을 겨눴고, 그날 밤 살려고 어둠 속을 미친 듯이 달려서 도망쳤다. 그 뒤로 아버지는 감옥에 갔다.
고스트는 글래스 매너라는 가난한 동네에 산다. 낡은 옷 때문에 놀림받고, 화가 나면 못 참고 학교에서 자꾸 사고를 친다. 한마디로 문제아다.
그러다 동네 공원에서 육상팀 '디펜더스(Defenders)'가 훈련하는 걸 구경하게 된다. 팀에서 빠른 축에 드는 루(Lu)가 달리는 걸 보고 괜히 승부욕이 붙어서, 평상복 차림으로 트랙에 뛰어들어 같이 달린다. 그런데 나란히 결승선을 끊어 버렸다. 그걸 지켜본 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브로디 코치(Coach Brody)는 단번에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고스트를 팀에 넣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고스트는 분노 조절도 안 되고 팀 생활도 처음이었다. 비싼 은색 러닝화를 훔치고, 주먹다짐을 하고, 계속 궤도를 벗어났다. 트랙 위에선 앞으로 달리는데 마음은 자꾸 과거로 도망치는 셈이었다. 이 아이가 상처를 딛고 진짜 선수가 될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1. 분노랑 트라우마를 솔직하게 다룬다 고스트는 화가 많은 아이다. 작가는 이 아이를 혼내지 않는다. 대신 왜 이 아이가 주먹부터 나가고 자꾸 도망치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가난에 대한 창피함과 가정 폭력의 기억이라는 무거운 짐을 달리기라는 땀 흘리는 일로 풀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비슷한 마음을 품어 본 아이라면 분명 와닿는 데가 있을 것이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후련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2. 제대로 된 어른이 나온다 브로디 코치는 좋은 어른의 본보기다. 재능만 보고 예뻐하는 게 아니라, 잘못하면 단호하게 책임을 묻는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자기도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달리기로 버텼다고 털어놓으며 아이와 공감해 주기도 한다. '나를 끝까지 믿어주는 어른 한 명'이 아이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3.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한 팀이 된다 디펜더스에 새로 들어온 네 아이(고스트, 루, 파티나, 써니)는 인종도 형편도 다 다르다. 처음엔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런데 다 같이 중국집에 가서 각자 제일 깊은 비밀을 털어놓는 팀 전통을 거치면서,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되고 진짜 한 팀이 된다. 경쟁만 배우는 요즘 아이들한테 '같이 간다'는 게 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말은 단순하다. 우리는 다들 뭔가로부터 도망치고 있거나 뭔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 아이가 <고스트>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같은 작가의 다른 책 <파티나(Patina)>, <써니(Sunny)>, <루(Lu)>도 이어서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