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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방학 독서 프로젝트로 선정한 두 번째 책은 <나무 위의 물고기(Fish in a Tree)>이다. 이 책은 원래 내가 꼽은 리스트에는 없었다. 내가 작성한 리스트를 보여주자, 아이가 학교에서 일부를 읽었는데 재미있었다면서 추가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직 교사이다. 저자는 교실 안 아이들의 심리를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짚어냈다. 이 책은 미국에서 '학습 차이(특히 난독증)'를 다룰 때 교사들이 가장 먼저 꺼내 드는 단골 필독서다.
아이가 하루만에 책을 거의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한국어 번역판은 <나무 위의 물고기>(책과콩나무, 2015)이다.

5~8학년 추천 도서치고는 렉사일 지수(550L)가 꽤 낮다. 문장이 쉽고 짧다는 뜻인데, 이건 작가의 철저한 의도이다. 난독증을 앓는 주인공이 세상을 벅차게 느끼는 과정을 독자도 무리 없이 따라가게 만들었다. 덕분에 텍스트가 조금만 길어져도 지루해하는 아이들도 완독의 기쁨을 맛보기 좋은 책이다.
참고로 독특한 제목은 아인슈타인의 명언에서 따온 것이다. "누구나 천재다. 하지만 물고기에게 나무 타는 능력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자기가 멍청하다고 믿으며 살 것이다." 이 묵직한 문장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6학년 앨리 니커슨에게 학교는 매일매일이 지옥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글자들이 춤을 추듯 날아다니고 도무지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빠의 직업 때문에 이사만 일곱 번을 다닌 앨리는 자신의 치명적인 비밀(글을 못 읽는다는 것)을 들킬까 봐 매번 일부러 '사고 치는 아이'를 자처한다. 글을 못 읽는 바보로 동정받느니, 차라리 엉뚱한 말썽꾸러기가 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선생님께 드릴 위로 카드조차 잘못 골라 반 친구 셰이에게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던 앨리의 일상은 새 담임 대니얼스 선생님이 오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대니얼스 선생님은 앨리의 삐딱한 행동 이면에 숨겨진 비상한 상상력과 미술 실력을 단번에 알아봤다.
"혹시 글 읽을 때 글자가 움직이니?"
선생님의 이 한마디에 앨리는 처음으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방과 후 체스를 배우며 난독증 검사를 받고, 반에서 겉돌던 친구 키이샤, 앨버트와 진짜 우정을 나누며 앨리는 더 이상 숨지 않고 세상 밖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온다. 첫 장에서는 잔뜩 움츠러들었던 아이가 후반부 결말에서는 반장 선거에까지 나간다.
1.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차이를 배운다
앨리는 글자 대신 세상을 한 편의 영화처럼 이미지로 그려내는 천재적인 상상력을 가졌다. 학교라는 정형화된 틀이 그 재능을 평가하지 못했을 뿐이다. "난 왜 남들처럼 못할까?"라며 한 번이라도 스스로를 깎아내려 본 경험이 있는 아이라면 앨리의 이야기에 깊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2. '진짜 어른'이 만드는 기적
대니얼스 선생님은 야단치기 전에 아이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본다. "넌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할 뿐이야"라고 말해주는 어른. 아이를 알아봐 주는 멘토 한 명이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잔소리 없이 보여준다. (실제 작가 본인도 어릴 적 자신을 알아봐 준 선생님 덕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3. 아웃사이더들의 연대
앨리와 친구들(키이샤, 앨버트)은 모두 반에서 어딘가 튀고 주류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이 셋이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단단한 단짝이 되어가는 과정은 관계 맺기에 서툰 요즘 아이들에게 '진짜 우정'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