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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시험 점수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재능이 있다. 흩어진 사람들을 모으고, 다 같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 같은 거. 마이크가 딱 그런 아이다. 수학은 아무리 해도 안 되는데, 사람 하나는 기가 막히게 모은다.
이 책의 저자 캐스린 어스킨은 늘 어딘가 '다른'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세운다. 이 책도 그렇다.
먼저 기본 정보부터 확인하자.

렉사일 610L에 AR 3.9면 글 자체는 어렵지 않다. 14세 남자아이가 직접 말하는 형태의 1인칭이라 술술 읽힌다. 다만 다루는 감정(가족, 상실, 자존감)은 가볍지 않아서, 글은 쉬운데 여운은 길게 남는다.
제목의 'Absolute Value'는 수학 용어 '절댓값'이다. 절댓값은 부호가 뭐든 항상 0 이상이다. 마이너스를 붙여도 그 값은 깎이지 않는다. 마이크라는 아이의 진짜 가치도 그렇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주인공 마이크는 곧 열다섯이 되는 남자아이다. 엄마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아빠는 천재 공학 교수다. 아빠는 마이크도 당연히 수학·공학에 재능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근데 마이크는 난산증(수학 학습장애)이 있어서 숫자 앞에만 서면 머리가 새하얘진다.
그러던 여름, 아빠가 루마니아로 강의를 하러 가게 된다. 아빠는 마이크를 펜실베이니아 시골에 사는 친척 무(Moo) 할머니와 포피(Poppy) 할아버지 집에 보낸다. 명목은 '공학 프로젝트'다. 거기서 무슨 기계(artesian screw, 우물 펌프 장치)를 만드는 걸 도우면 마이크의 수학 실력이 늘 거라고 아빠는 믿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상황은 전혀 달랐다. 할머니 무는 눈이 거의 안 보이는데도 트럭을 몰고 다니고, 할아버지 포피는 얼마 전 아들을 사고로 잃고 넋이 나간 채 거실에 앉아만 있다. 게다가 아빠가 말한 그 '기계 만들기'는 사실 할머니가 잘못 알아들은 거였다. 진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손으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모금 활동이었다. 마을 사람 하나가 루마니아 고아를 입양하려는데, 입양법이 갑자기 바뀌면서 단 몇 주 안에 4만 달러를 마련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마이크는 처음엔 "난 애잖아요"라며 일을 하지 않고 발을 빼려 한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 일을 통째로 떠맡게 됐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물건을 팔고, 마을 축제를 기획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자기가 공학자로는 영 꽝일지 모르지만, 제각각인 사람들을 한데 모아 움직이게 하는 데는 천재라는 걸. 마을 이름이 하필 'Do Over(다시 하기)'인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점수로 못 재는 재능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제목 그대로다. 수학을 못한다고 마이크의 가치가 깎이는 게 아니다. 마이크한테는 사람을 모으고 일을 굴러가게 만드는, 시험지엔 안 나오는 재능이 있다. 공부 점수로 늘 주눅 들던 아이라면 마이크를 보면서 '나도 어딘가 잘하는 게 있겠지'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웃기면서 뭉클하다
무 할머니의 운전 장면은 진짜 웃기다. 그런데 같은 책 안에서 포피 할아버지의 슬픔이, 엄마를 잃은 마이크의 마음과 나란히 흐른다. 가벼운 코미디처럼 시작해서 어느새 가족과 상실을 이야기한다. 어른도 같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다시 시작'과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넋 나간 할아버지, 눈 안 보이는 할머니, 집 없는 아저씨, 삐딱한 펑크록 소녀까지. 하나같이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한 가지 목표로 뭉치면서 서로를 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처럼 경쟁만 배우는 아이들에게 '같이 한다는 것'의 힘을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이 하는 말은 단순하다. 사람의 가치는 시험 점수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 너무나 당연하지만 학업기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참 적용하기 어려운 생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처럼 무엇을 갖다 붙여도 그 사람의 진짜 값(절댓값)은 깎이지 않는다. 어른도 아이도 이 책을 통해 그 사실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