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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가족이 1년 동안 항공권을 11장이나 소비할 만큼, 우리 가족의 미국 이민은 계획대로 흘러간 적이 별로 없다. 그런 와중에도 내가 유독 공들여 준비한 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세금'이다. 비자만큼이나 민감하고, 어쩌면 평생 따라다닐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출판 편집자다. 이민이 확정된 뒤 회사에 양해를 구해 미국에서도 같은 일을 이어가게 되면서 세금 신고와 납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미국 영주권자는 입국(정확히는 영주권자 신분이 시작된) 해부터 전 세계 소득에 대해 미국에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생긴다. 한 가지 헷갈리기 쉬운 점은 '신고'와 '납부'의 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세금 보고(신고)는 보통 이듬해 4월에 하면 되지만, 나처럼 원천징수가 되지 않는 프리랜서는 그 해에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을 스스로 미리미리 납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추정세(Estimated Tax)'다.
영주권자는 본인이 보유한(그리고 그 해 중간에 해지한 계좌까지 포함한) 해외 금융자산을 미국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FBAR(FinCEN Form 114) 와 FATCA(Form 8938) 신고다. 특히 FBAR는 한 해 동안 모든 해외 계좌의 잔액 합계가 일정 기준(통상 1만 달러)을 한 번이라도 넘으면 이미 해지한 계좌까지 보고 대상이 된다.
한국에 있을 때는 휴면 계좌까지 합쳐 계좌가 너무 많아서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영주권을 준비하면서 계좌와 보험을 부지런히 정리했고, 입국 시점에는 추적이 가능한 수준으로 단출하게 줄여 두었다. 이게 신고 부담을 크게 덜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프리랜서는 미국에서 자영업자(Self-Employed) 로 분류되어, 일반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세(Self-Employment Tax) 15.3%(사회보장세 12.4% + 메디케어세 2.9%)를 추가로 부담한다. 게다가 연방 추정세는 이 자영업세 '위에' 연방 소득세까지 더해서 계산하는 구조라, 체감 세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환율까지 좋지 않다 보니 월급이 반토막 난 기분이었다.
세금은 크게 연방세와 주세 두 갈래다.
추정세 마감은 분기마다 돌아온다. 통상 4월·6월·9월의 각 15일경, 그리고 이듬해 1월 15일경이 기한이며, 직전 기간까지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스스로 계산해 낸다.
1월에 입국한 나는 지금까지 두 번 세금을 냈다. 4월에 1~3월 소득분을, 6월에 4~5월 소득분을 계산해 납부했다(분기 구간이 균등하지 않다는 점이 처음엔 헷갈렸다).
납부 자체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연방세는 IRS 공인 결제 대행 사이트인 pay1040.com 같은 곳에서 개인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다만 카드 결제 시 수수료가 붙으니, 수수료 없이 내고 싶다면 은행 계좌에서 직접 이체하는 IRS Direct Pay도 좋은 선택지다.
아이다호 주세는 주 세무 당국의 Quick Pay 시스템으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한 가지 팁이라면, 미국은 과소 납부 시 페널티(가산세) 가 꽤 크다. 그래서 부족하게 내는 것보다 넉넉히 낸 뒤 나중에 환급받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조언을 여러 곳에서 들었다.
분기별 추정세 외에도 신경 쓸 일은 더 있다. 이번에 홈오너가 되면서 재산세(Property Tax) 가 생겼는데, 이건 매달 모기지(대출 상환금)에 포함되도록 설정해 두어 따로 챙기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립·납부되게 했다.
세금은 막상 부딪혀 보기 전엔 막막하지만, 한 번 흐름을 익히고 나니 '못 할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이민 첫해는 누구에게나 정신없는 시기다. 그래도 세금만큼은 미루지 말고 일찍 공부해 두길 권한다. 비자가 '미국에 들어가는 문'이라면, 세금은 '미국에서 살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정리한 후기이며, 세법은 개인 상황과 연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신고·납부는 세무 전문가(CPA)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