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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 지 5개월 차,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렌트한 지는 1년이 다 되어 간다. 작년,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오면서 정착 자금, 항공료 등 이래저래 자산의 반을 써버렸다. 3인 가족 티켓만 11장을 구매했으니 말 다했지(이와 관련해서는 사연이 좀 긴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는 걸로). 통장에 잔고가 좀 있을 때는 차도, 가구도 쓸 만한 것으로 사자는 마음에 펑펑(?) 썼는데, 막상 생활하다 보니 생활비며, 정말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많아서 좀 더 신중하게 쓸 걸 하고 후회했다. 그러고 보면 참 계획 없이 미국으로 건너온 것 같다. 한국에서처럼 일단 오면 어떻게든 굴러가겠지...라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고.(완전 착각이었지만)
어쨌든, 요즘 내가 있는 북부 아이다호의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매물은 많은데 사는 사람이 별로 없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런 시장을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이라고 한다. 2026년 5월 기준, 호가의 93~97%로 오퍼를 넣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런 시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상황에서는 자산이 더 줄어들기 전에 매입하자는 마음도 있고, 렌트비로 버리는 돈을 자산에 쓰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자라는 마음에 집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국의 집 구매 과정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미국에서 집 사는 과정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크게 보면 준비(신용점수 확인 및 다운페이 마련) → 대출 사전 승인(Pre-Approval) 받기 → 부동산 중개업자 찾기(지정) → 집 보러 다니기 → 오퍼 넣기 → 각종 점검(인스펙션) → 클로징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하나씩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집을 보러 가기 전,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나기 전에 미리 내가 얼마짜리 집을 살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가 진행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신용 점수 확인하기: 미국은 신용점수가 모든 걸 좌우한다. 보통 620점 이상이면 대출 가능, 740점 이상이면 좋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초 비자 받고 처음 입국했을 때는 신용점수가 아예 없었는데(조회 불가), 은행 계좌 열고 남편 보증(?) 세워 신용 카드 만들어(이용한도 1500달러) 사용했더니 갑자기 602점으로 뛰었다. 그리고 신용카드 두 달 정도 사용했더니 현재는 650점 정도다. 어차피 주택 구매 시 대출은 남편 이름으로 할 거라 현재 상태에서 큰 의미는 없다.
다운페이먼트: 보증금이라 해야 하나? 한국과 비슷한 시스템이라 일부를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를 대출로 메꾸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LTV 등 집값의 40% 정도를 현금으로 낼 수 있어야 대출이 나오는데, 미국은 그 비율이 훨씬 관대하다. 대출보험료(PMI)를 내지 않아도 되는 기준은 집값의 20%를 다운페이로 내는 것이다. 하지만 20%를 채우지 않아도 방법은 많다. 게다가 FHA라는 미연방에서 지원해주는 대출은 집 값의 3.5%만 미리 내도 대출을 해준다. 이자도 조금 더 저렴하여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수수료 같은 걸 길게 내야 해서 가능하면 일반 대출(보통 이것을 컨벤셔널 론이라고 한다)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미국 집 값과 대출 허용 금액, 이자율 등을 보면 왜 '하우스 푸어'라는 말이 나왔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버는 것보다 대출을 너무 많이 해준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클로징 비용: 미국에서 집을 구매할 때는 집값 외에도 집값의 2~5% 정도가 더 필요하다. 여기에는 세금, 보험, 변호사 비용, 등기 비용 등이 포함된다.
이는 집을 보러가기 전에 반드시 받아야 하는 서류다. 은행이 "당신에게 얼마까지 빌려줄 수 있다"고 미리 약속해 주는 편지라고 보면 된다. 보통 최근 2년간의 세금 보고, 최근 2개월 급여 명세서, 은행 잔고 증명서, SSN 등 아이디 번호 등이 필요하다. 이 사전승인서가 없으면 집 파는 사람이 오퍼를 넣어도 받아주지 않는다.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예산과 사전 승인 금액을 합쳐 대략적으로 어느 가격대의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부동산 중개업자도 그에 따라 집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집을 살 때는 Buyer's Agent를 따로 두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원하는 매물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자기와 계약을 하면 집을 보여주겠다는 업자들도 있다. 우리는 운 좋게도 아이 풋볼클럽의 학부모 중에 부동산 중개업자가 있어 그 사람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왠지 더 믿음도 가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집을 사는 사람은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 수수료는 보통 현 집주인이 부담한다.
첫 미팅 때 에이전트 사무실에 갔더니 우리 예산에 맞는 모든 매물을 이미 정리해서 뽑아놓았다. 그와 더불어 우리가 인터넷에서 관심 있게 봤던 매물을 함께 더 체크했다. 매물은 다음과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개업자 말로는 가짜 매물도 있을 수 있으니 웹사이트 내용을 100% 신뢰하지는 말라고 한다. 첫 날 하우스 헌팅에서는 총 4개의 매물을 봤는데, 다행히 집이 모두 비어 있어서 맘 편히 구경할 수 있었다. 집을 보러 갈 때는 지붕, 보일러, 에어컨 상태나, 학군, 통근 거리, 동네 분위기, HOA(홈오너협회) 비용이 있는지, 재산세가 얼마인지 등도 함께 확인하면 좋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면 에이전트와 함께 오퍼(매수 제안서) 를 넣는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시장 상황에 따라 호가보다 높게도, 낮게도 넣을 수 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의 시장은 살짝 바이어스 마켓이라서 호가보다 약간 낮게 넣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오퍼에는 다음 내용이 들어간다.
셀러가 오퍼를 수락하면 계약 상태로 넘어가고, 거절하면 다시 가격이나 조건을 조정해서 협상할 수 있다.
오퍼가 수락된 후 클로징까지 여러 일이 일어난다.
홈 인스펙션(집 점검): 전문 검사관이 집 구석구석을 점검한다. 지붕, 배관, 전기, 곰팡이 등을 확인해서 보고서를 준다. 문제가 발견되면 셀러에게 수리를 요청하거나 가격을 깎거나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어프레이절(감정평가): 집값을 평가하여 감정가가 계약가보다 낮으면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
타이틀 서치: 한국으로 치면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해당 집에 빚이나 소송이 걸려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홈오너스 보험 가입: 클로징 전에 가입해야 한다. (의무)
최종 점검: 클로징 1~2일 전, 집이 약속된 상태인지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클로징 당일에는 보통 타이틀 회사나 변호사 사무실에 모여 서류에 사인한다. 보통 결혼한 경우 부부 공동 명의(그중에서도 CPWROS, Community Property with Right of Survivorship)로 하는 것이 세금 혜택이 가장 많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기회가 되면 또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겠다.
이때 신분증(여권, 운전면허증), 다운페이먼트 + 클로징 비용을 가져가면 된다. 사인할 것이 많아서 1~2시간 걸린다. 사인을 다 하고 나면 열쇠를 받는다!! 그 순간부터 공식적으로 집주인이 된다!